언젠가 결혼한다면, 혹시 자식도 낳는다면 두가지 타입으로 분류하고 대응하겠다. 이 친구가 현실주의자라면 현실이 어떤 곳인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이 폭압적인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고, 이렇게 말하겠다. '니 능력껏 살아라. 너의 능력으로 현실을
극복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아라. 그리고 이상주의자를 도와라.' 한편 이 친구가 이상주의자라면 현실이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겠다. 순수함을 잃지 않는한 모든 것을 스폰싱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 할 것이다. '시궁창 같은 현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너는 그 꿈을 계속 꾸면 되는거다. 그게 니가 살아가는 의미다. 그걸 놓는 순간 너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물론 이 글은 있지도 않은 자식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http://egoing.net/1581
"리처드 스톨만은 이상주의자다. 그리고 리누스 토발즈는 현실주의자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이것은 리처드 스톨만이나 리누스 토발즈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가? 아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훨씬 많이 알려준다. (내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이분법에 큰 관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내 자식이 현실주의자인지 이상주의자인지 판단하는 것은 내 자식에게 달려 있지 않다. 내가 이상과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훨씬 크게 달려 있다. 30년, 혹은 그 이상의 미래를 살아갈 내 자식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리누스 토발즈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보다 과연 생산적인 일일까?
이상주의자인지 현실주의자인지 따위의 시시한 판단은 아니더라도, 나도 언젠가는 내 자식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걸 놓는 순간 너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따위의 협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경험상, 자신을 구성하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부모가 결정해준 사람은, 성인이 되고 나서의 인생이 상당히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