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자기모순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원작 <머니볼: 불공평한 게임을 이기는 기술> 은 소설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저예산의 가난한 팀 중 하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기를 꾸려나가는가에 관한 보고서에 가깝다.
그러나 주연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는, 지독하게 냉정하고 또 감상적인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일반 관중에게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 가운데 하나일 터인 "단장"(General Manager)이라는 직위는 어떤 선수에게 얼마의 연봉을 주고 데려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영화의 소재는 야구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없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선수들의 연봉과,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의 30개 팀 가운데 가난하기로는 두세번째를 다투는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팀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가져온 도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제학이다. 실력에 비례해서 연봉이 결정되는 야구판이지만, 기존 스카우터들은 타율이나 방어율 등 전통적인 통계수치를 가지고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었다. 빌리 빈은 이런 관행을 깨고, OPS라는 저평가된 수치를 바탕으로 선수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OPS는 출루율+장타율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이론적으로 팀이 한 회에 낼 수 있는 평균 점수에 직결되어 있다. 장타율이 높은 선수는 기존에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으나, 출루율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었다. 사구나 볼넷으로 출루하는 경우도 출루율에 포함되기 때문. 그러나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야구에서 가장 귀하고 늘릴 수 없는 자원인 아웃카운트를 소모하지 않으며 득점확률을 올릴 수 있고, 또한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려 체력을 소모시키게 된다. 또한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이 출루율이 좋은데, 선구안은 훈련으로 쉽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아니므로 좋은 타자의 재목을 나타내는 수치가 된다.
그러면 이 영화는 일부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야구의 통계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출루율은 그저 "경제적으로" 저평가된 수치일 뿐 만능의 수치가 아니며, 영화는 그 수치를 그다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수많은 숫자가 흘러가지만 그저 맥락이 없는 무의미한 잡음일 뿐이다.
영화가 상영시간 내내 보여주는 것은 빌리 빈이 싸우고 고민하고 협상하는 장면이다. 선수들의 연봉 총합이 뉴욕 양키즈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위 팀으로 올려놓기 위해 그는 차가운 냉혈한처럼 행동한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뽑으려면 팀의 기존 스타 선수는 비싼 값에 팔고 그 돈으로 저평가된 유망주들을 사들여야 한다. 팀에서 키워낸 선수들을 계속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야구경기를 보지 않는다. (실존인물 빌리 빈도 경기를 관람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끝까지 밀어붙인 방식으로 팀이 승승장구할때 언론이 그 공을 자신이 아닌 감독에게 돌려도 개의치 않는다. 입버릇처럼 "이래서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하고 얘기하지만, 감독과 신나게 말다툼하고 난 뒤에 나오는 대사라면 아무래도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하기는 하는 것인가. 애초에 왜 이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은 루저에 관한 이야기다.
패배는 개인적인 것이다. 돈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그 자체가 그에게는 패배이다. 그러나 그가 게임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수단 또한 돈이다. 가장 적은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서 승리함으로서, 그는 게임 그 자체를 바꾸고자 했다.
오클랜드는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수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1승당 가장 적은 돈을 들여 효율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니, 단장으로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것은 "마지막 경기" 뿐이다. 오클랜드는 2002년에도 5번째 경기에서 패배하여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하자, 빌리 빈은 그것을 개인적인 패배로 받아들인다.
야구를 즐길 줄도 모르고, 이길 줄도 모르고, 그저 경제적으로 수행할 줄만 아는 빌리 빈은 왜 메이저리그에서 두번째 부자 구단인 보스턴 레드 삭스의 250만 달러 연봉을 수락하지 않고 오클랜드에 남았는가. 그야, 긍지를 가지고 패배하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누구도 합목적적이고 합리적인 우주를 가질 수는 없다. 이 우주에 궁극적인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때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수밖에.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이 영화의 원작 <머니볼: 불공평한 게임을 이기는 기술> 은 소설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저예산의 가난한 팀 중 하나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기를 꾸려나가는가에 관한 보고서에 가깝다.
그러나 주연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는, 지독하게 냉정하고 또 감상적인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일반 관중에게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 가운데 하나일 터인 "단장"(General Manager)이라는 직위는 어떤 선수에게 얼마의 연봉을 주고 데려올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영화의 소재는 야구가 아니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없지만,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선수들의 연봉과,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메이저리그의 30개 팀 가운데 가난하기로는 두세번째를 다투는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팀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가져온 도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제학이다. 실력에 비례해서 연봉이 결정되는 야구판이지만, 기존 스카우터들은 타율이나 방어율 등 전통적인 통계수치를 가지고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었다. 빌리 빈은 이런 관행을 깨고, OPS라는 저평가된 수치를 바탕으로 선수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OPS는 출루율+장타율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이론적으로 팀이 한 회에 낼 수 있는 평균 점수에 직결되어 있다. 장타율이 높은 선수는 기존에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으나, 출루율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었다. 사구나 볼넷으로 출루하는 경우도 출루율에 포함되기 때문. 그러나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야구에서 가장 귀하고 늘릴 수 없는 자원인 아웃카운트를 소모하지 않으며 득점확률을 올릴 수 있고, 또한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려 체력을 소모시키게 된다. 또한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이 출루율이 좋은데, 선구안은 훈련으로 쉽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아니므로 좋은 타자의 재목을 나타내는 수치가 된다.
그러면 이 영화는 일부 야구팬들이 열광하는 야구의 통계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것도 아니다. 출루율은 그저 "경제적으로" 저평가된 수치일 뿐 만능의 수치가 아니며, 영화는 그 수치를 그다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수많은 숫자가 흘러가지만 그저 맥락이 없는 무의미한 잡음일 뿐이다.
영화가 상영시간 내내 보여주는 것은 빌리 빈이 싸우고 고민하고 협상하는 장면이다. 선수들의 연봉 총합이 뉴욕 양키즈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위 팀으로 올려놓기 위해 그는 차가운 냉혈한처럼 행동한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뽑으려면 팀의 기존 스타 선수는 비싼 값에 팔고 그 돈으로 저평가된 유망주들을 사들여야 한다. 팀에서 키워낸 선수들을 계속 떠나보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야구경기를 보지 않는다. (실존인물 빌리 빈도 경기를 관람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가 끝까지 밀어붙인 방식으로 팀이 승승장구할때 언론이 그 공을 자신이 아닌 감독에게 돌려도 개의치 않는다. 입버릇처럼 "이래서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하고 얘기하지만, 감독과 신나게 말다툼하고 난 뒤에 나오는 대사라면 아무래도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하기는 하는 것인가. 애초에 왜 이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은 루저에 관한 이야기다.
패배는 개인적인 것이다. 돈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그 자체가 그에게는 패배이다. 그러나 그가 게임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수단 또한 돈이다. 가장 적은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서 승리함으로서, 그는 게임 그 자체를 바꾸고자 했다.
오클랜드는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수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1승당 가장 적은 돈을 들여 효율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니, 단장으로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것은 "마지막 경기" 뿐이다. 오클랜드는 2002년에도 5번째 경기에서 패배하여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실패하자, 빌리 빈은 그것을 개인적인 패배로 받아들인다.
야구를 즐길 줄도 모르고, 이길 줄도 모르고, 그저 경제적으로 수행할 줄만 아는 빌리 빈은 왜 메이저리그에서 두번째 부자 구단인 보스턴 레드 삭스의 250만 달러 연봉을 수락하지 않고 오클랜드에 남았는가. 그야, 긍지를 가지고 패배하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누구도 합목적적이고 합리적인 우주를 가질 수는 없다. 이 우주에 궁극적인 승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때 긍지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수밖에.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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