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하였습니다.

from 글질 2004/07/30 09:18
그간 뭐하고 있었냐고 물으시는 분도 없겠지만, 굳이 답해보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며 지냈습니다.

1. 영화를 보았습니다.

스파이더맨 2를 보았습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될까봐


2. 책도 읽었습니다.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일곱번쯤 읽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은 여전히 '프로스트와 베타'입니다만 '폭풍의 이 순간'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드는 단편입니다.

앰버 연대기 4권을 구입했습니다. 한달에 한권 정도 간격으로 사고 있는데, 다음권의 내용이 엄청 궁금하면서도 다음달까지 기다려야지 하며 일부러 몸달아 기다리는 자신이 약간 바보같기도 합니다. 4권 마지막 장면에서 최종보스 선왕 오베론이 등장하는 순간 에엑! 하고 소리를 낼 뻔 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망신할 뻔한 위기였지요.

카뮈 전집 중 '결혼, 여름'이라는 에세이를 구입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였습니다만 별 생각없이 집어 읽다가 뒤늦게 반해버렸습니다. 스물두살짜리가 할 소리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이가 들어야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라는 것도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고등학교때 '에에, 재미없어' 하고 생각해버렸던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만, 어디다 꽂아 뒀더라... 아니, 아직 집에 있긴 있나...

아멜리 노통의 '사랑의 파괴'를 구입했습니다. 아멜리 노통에 관해서는 전에도 얘기했듯이 다시 한번 포스팅해보고 싶은 관계로, 감상은 나중에.

하이텔이 웹 서비스를 중단한 관계로 시리얼란에서 연재되는 이영도씨의 '피를 마시는 새'를 웹에서 읽는 것도 더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실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연재는 25챕터를 종료한 채 26챕터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군요. 정우, 탈해, 틸러, 니어엘, 말장수 아이솔 형제...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길어지는 혼란에 점점 지쳐가는 모습입니다. 대호왕은 더이상 가면은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게 돼버렸고, 아실과 지멘은 코빼기도 안보입니다. 가슴아파지는 전개로군요.

천계영의 'DVD'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개그는 날이 갈수록 훌륭해져 이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아직 초반이라 전개에 관해선 뭐라고 말하기 힘듭니다만, 오디션 때에 비하면 상당히 몰입감이 있는 전개입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로 꼽고 있었습니다만 평가를 바꿀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권과 3권의 내용을 잊어버린 관계로 해리 포터를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습니다. 3권에 해당하는 아즈카반의 죄수가 영화관에서 내리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제가 3권까지 도달하는 것이 빠를까요.

마지막으로, 에반게리온 9권은 대체 언제 나옵니까...

3. CD는 딱 한장만 구입했습니다.

사카모토 교수와 모렐렌바움 부부가 함께 작업한 두번째 앨범, A Day in New York입니다. 파울라 모렐렌바움 아주머니의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은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요 몇주동안은 오디오에 이걸 걸어놓고, 컴퓨터에는 Mondo Grosso의 Next Wave를 걸어놓은 채 전혀 CD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양쪽 다 햇빛 쨍쨍한 날에 어울리는 앨범들입니다만, 그보단 아무래도 너무 더워서 CD조차 바꾸기 귀찮다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_-

4. 감히 번역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솔라리스'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단편집 Cyberiad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번역이라 부끄럽기 그지없는 수준이고, 폴란드어를 영어로 번역한 원서를 가지고 중역하는거라 더욱 엉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체 즐거운 작품이라 번역이 엉망이라도 용서될지도 모르고...; 그의 작품은 솔라리스 외에 몇몇 단편 말고는 국내에 출판된 것이 없는 관계로, 번역이 끝나면 블로그에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실은 이렇게 예고라도 해두지 않으면 영원히 포스팅하지 않을 것 같아서...

5.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나의 황금 시대는 이곳이 아니라 하나 앞의 세계에 가로누워 있고, 또 이곳에서 내가 암흑 시대와 고투하고 있을 때, 단 한 장의 티켓, 단 한 장의 비자, 단 한 장의 일기장 너머에 나 자신의 르네상스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 젤라즈니, '폭풍의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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