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는 이제 진짜처럼 보이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따위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한해가 멀다하고 그럴듯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연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지만
공들인 작품이 이렇게 자주 나올 정도로 제작이 쉬워졌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그래도 슈렉은 재미있었지... 라고 생각하며 마다가스카를 보러 갔습니다.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갑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발전한 효과는 여전히 휘황찬란하고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쓰느라 고생한 건 이해합니다만, 이미 픽사와 드림웍스 두 회사에 의해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이 휘황한 효과에 만족하던 때는 이미 지났단 말입니다. 그들은 슈렉이 왜 성공했는지를 잊어버린 걸까요. 애니메이션의 질, 게다가 착하고 고리타분한 디즈니식 애니메이션 공식을 깨는 엉뚱한 설정. 이런 것들도 분명히 슈렉의 재미를 배가시킨 요소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좋은 영화에는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 스토리를 받쳐줄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 법이지요.
마다가스카의 스토리는 출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뉴욕의 동물원에서 빠져나와 야생의 정글 마다가스카에 떨어진 동물들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니,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이지요. 포식동물인 사자와 피식동물인 얼룩말이 단짝 친구라니 그런 점도 당황스럽고...
그러나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네 주인공의 캐릭터는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동물들의 의인화에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동물들만의 특징이 거세되었달까요... 사자 알렉스와 얼룩말 마티의 캐릭터는 거기서 거기고, 하마 글로리아는 나머지 세 남자들을 옆에서 챙겨주는 여자 역... 이라는 좀 재미없는 캐릭터고, 기린... (이름이 뭐더라 -_-) 정도가 제게는 제일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제일 비중이 작습니다. (이름을 잊었을 정도로 -_-)
빈약한 캐릭터 덕분에 스토리도 힘이 빠져 허우적댑니다. 사자 알렉스가 포식동물의 본능에 눈떠 나머지 동물들을 공격하는 데까지는 훌륭한 얘깃거리가 되겠습니다만, 그냥 우정의 힘과 생선회 몇마리로 본능을 억누른다! 는 해결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요? 알렉스가 스스로의 야수성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라 어떻게 해결될까 기대했는데, 너무 김빠지는 결말이었습니다. 캐릭터가 평면적이니 달리 다른 해결책도 없었겠지만서도...
빈약한 주연들 대신 조연들의 캐릭터는 빛납니다. 여우원숭이들(왕 줄리언 13세와 그를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신하!)이 특히 재밌었어요. 그들이 단체로 춤출때 배경에서 울리던 노래가 귀에 착착 달라붙는군요. 눈 큰 꼬마 여우원숭이는 너무 슈렉 2의 장화신은 고양이를 의식한 감이 충만했습니다만 -_- 모든 사건의 원흉...이랄까 지나치게 유능한 -_- 펭귄 4마리도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축구공 크기도 못될 것 같은 조그만한데다 뒤뚱거리기까지 하는 펭귄들이 군사작전처럼 절도있게 뒤뚱거리면... 우스울 뿐이잖아요;;; 쇼섕크 탈출과 전쟁 영화를 적당히 짬뽕한 듯한 패러디가 즐겁더군요.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는 슈렉만큼이나 패러디도 넘쳐났군요. 원숭이 두 마리도 재밌었는데 출연이 두세번밖에 없었던 점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슈렉의 부담을 아주 없애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슈렉에서 더 나아진 점을 보여주지도 못한, 어정쩡한 애니메이션이 되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조역들과 화려한 정글의 묘사 덕분에 보는 동안은 상당히 즐거웠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전작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었으면 오히려 그 기술력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비슷한 컨셉으로는 슈렉 시리즈와 인크레더블 같은 작품으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