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주세요 : 블로그, 이기적인 현대인의 탈출구

'인터넷은 개방적이다'라는 말은 참 많이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닳아 없어지지 않았나 싶을 만큼 흔한 상투어가 되었습니다만, 실제로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이 말이 얼마나 인터넷에 대한 심각한 오해인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인터넷이 개방적이라는 건, 거꾸로 얘기하면 오프라인 세계는 개방적이지 않다는 말이 되겠지요. 하지만 오프라인과 비교해 인터넷의 그 어느 부분이 개방적인 걸까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하지만 지하철에 타거나 도심을 걸어다닐 때 주변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면면 중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이 극소수인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온라인 닉네임을 알면 검색엔진에서 상대방의 행적을 추적해볼 수 있는 온라인 쪽이 어찌보면 익명 유지가 곤란합니다. 어느 사이트에든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인터넷에도 공공에 완전개방된 사이트보다는 커뮤니티 내의 암묵적인 룰과 분위기에 맞춰주지 않으면 그 커뮤니티 내에서는 물론이고 공통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연계된 커뮤니티 집단들에서 한꺼번에 매장당해야 하는 폐쇄적인 성격의 사이트들이 더 많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팬사이트나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커뮤니티일수록 이런 성격은 두드러지지요.
때문에, 인터넷 사회에 입문하는 것은 오프라인의 그것과 비교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웹에서 정보만을 얻어가는 웹 서퍼의 수준이나 개인 홈페이지에서 끼리끼리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소모임 수준을 넘어 좀더 큰 사회에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려면 어떤 커뮤니티 내에서 커뮤니티의 룰을 따라 활동하거나 불특정 다수인 일반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산하여 대중을 자기에게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블로그의 애매한 정체성에 대해 국내 온라인 사회에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윗 글을 쓰신 분처럼 개인들이 각자의 신변잡기를 올리는 쓰레기장이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 모양입니다만, 저는 블로그의 의의가 이렇게 개인보다는 집단 지향적인 인터넷 사회의 주체를 개인으로 끌어오기 위한 기술적 시도라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블로그의 트랙백 시스템이 기존의 하이퍼링크와 다를 바가 뭐냐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개인 홈페이지에 대한 하이퍼링크는 주소 단위, 즉 하나의 개인적 명함 형식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접촉한다면 트랙백은 하나의 article 단위로 상대방의 article에 접촉합니다. XML 리더를 이용하면 특정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이 news 클라이언트에 실시간으로 뜨도록 설정하는 것도 간단합니다. (태터의 경우 태터 리더가 이 기능을 훌륭하게 지원하지요.) 홈페이지의 형식 주제 등 외부적인 요소를 다 잘라내고 철저하게 내용만으로 독자에게 접근하고 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이죠. 이런 블로그의 편의사항들은 철저하게 '사회를 향해 개인적 생각을 방송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로그라는 기술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표출을 가로막으며, 그런 기술을 개인적 신변잡기를 위해 사용한다고 성토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비판인지, 아니면 단지 기술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혼동하는 데서 오는 착각의 하나일 뿐인지는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군요. 신변잡기 역시 얼마든지 대중에게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글의 재료 중 하나이며, 철저한 신변잡기가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재밌어질 수 있는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가의 소설보다 수필이 더 맘에 들더군요.)

블로그가 지향하는 1인 미디어의 모습은 개인적인 자폐공간이 아닌, 단어 뜻 그대로 미디어를 통한 개인과 사회 간의 대화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내용이 어떤 주제로 이루어져 있건, 그것이 대화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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