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없다. 월요일 밤 11시 MBC. 그저, 보시라!
MBC 심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는 일주일에 평균 2시간 정도 TV를 시청하는 제가 처음으로 3주째 장기시청하고 있는 시트콤입니다. 수많은 패러디와 장르 비틀기, 그리고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가족적 가치를 비꼬는 이 시트콤은 프란체스카, 소피아, 켠, 엘리자베스로 이루어진 갈곳없는 네 명의 망명객 뱀파이어들이 서울 땅에서 살 곳을 찾기 위해 '어쩌다 물어버린' 신참 뱀파이어 두일에게 얹혀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윗줄에 켠(이켠)과 엘리자베스(정려원)
아랫줄에 프란체스카(심혜진), 소피아(박슬기), 두일(이두일)
햇빛, 마늘, 십자가에도 끄떡없는 이들은 인간사회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밖에서는 마치 가족인 것마냥 행세하는데, 짧게는 이백년에서 길게는 수천년에 걸쳐 살아와 인간사회에 익숙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하지 못한 이 루마니아 출신 뱀파이어들과 40 먹은 노총각 뱀파이어 두일의 한국사회 적응기가 이 시트콤의 주제입니다.
이 대책없이 웃긴 시트콤의 비결은, 호러 장르의 익숙하다 못해 낡은 장치인 뱀파이어, 그리고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역시 드라마 장르의 영원한 주제인 가족간의 갈등, 거기에 한국 사회라는 배경을 섞어넣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들이 변형을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 이 사회와 맞물리면서 생산하는 유쾌함이야말로 이 시트콤의 원동력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이미 가르쳐준 사실이지만, 서양의 전통적인 장르 문법 중 한국사회에 끼워넣었을 때 우습지 않은 장치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뭘 숨기랴, 저는 봉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특유의 괴기스러운 무표정 탓에 아르바이트를 해도 도무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프란체스카를 두일이 놀린다.
"남의 돈 먹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열받은 프란체스카 어디선가 도끼를 들고 뛰어나오고
슬로우모션과 함께 울리는 BGM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High Heels"
이 글을 올리는 오늘 밤 11시에도 '안녕, 프란체스카'는 방영 예정이고, 제작진들은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의 시즌제(미국 특유의 TV 연속극 제작 시스템. 극의 내용은 1년을 주기로 큰 흐름을 맺고, 그 1년분을 한개의 시즌으로 부르며, 제작진과 배우들은 극의 품질 유지를 위해 6개월간 제작하고 6개월간 휴식을 취하는 사이클을 갖습니다.) 시트콤을 목표로 오늘도 맹렬히 제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 불온하고 전복적인 코미디가 과연 2시즌을 제작할 수 있을까요? 처음으로 볼만한 한국 시트콤을 만난 저로서는 꼭 그래줬으면 하는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