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냥이가 아직 돌이 못 됐을 때 '우리집 고양이님의 최근 동정'이라는 제목으로 어딘가에 올렸던 글. 간만에 발견했는데 다시 봐도 제법 즐거운지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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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반 친구들 중 단 두 명만이 그 실체를 목격했으며 사진으로 접한 자 또한 얼마 되지 않는 우리집 비밀의 고양이 냥이는 집안에서 온갖 폭력과 횡포, 권력남용을 자행하며 무럭무럭 자라는 중입니다.

밥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망각한 채 그 실로 고양이과 동물다운 이빨로 물어뜯는 것은 다반사이며, 자꾸 물면 버릇나빠질까봐 때리면 오히려 더 세게 물지 않나, 좀 덜 아파볼까 하고 옷에 감싸인 팔뚝을 갖다대면 손까지 힘들여가며 기어올라 기어코 살코기를 깨물지 않나, 덕분에 손등에 피맺힌 자국이 사라지는 날이 드물어요.

그러면 또 청결하고 남의 간섭을 싫어하시는 고양이님답게 대소변을 알아서 잘 가려주시는가 하면 그것도 수상쩍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하고 나서는 자기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는지 사람 방의 잘 안 보이는 구석에 몰래 볼일을 보고 방치해둔 것이 오늘로 벌써 세번째. 그래도 꼴에 토끼와는 달라서 어디에 실례하면 사람 눈에 안 띄는지는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머리가 좋으신 고양이님답게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부탁을 잘 들어주시는가 하면, 그것은 또 전자는 참이되, 후자는 거짓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사람 말은 대충 알아듣게 되어 자기 이름 부르는 건 다 알아듣는데, '냥이야~' 하고 부르면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경우가 반, 그냥 한번 고개 슥 돌려보고 입 크게 벌려 하품하는 경우가 절반인지라 '알아듣는다' 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잔꾀는 무지하게 늘어 종종 키우는 사람을 놀래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녀석이 저지른 범죄가 그 좋은 예라 하겠군요.

그간 고양이의 점프력이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탁 정도는 휙 하고 뛰어오르는 수준이 되었는지라, 식사 때만 되면 사람 밥을 뺏어먹기 위해 부리는 그 묘기가 귀찮아 평소에는 고양이를 방에 가둬두고 식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그것을 깜박하고 거실에 내놓아두었는데도 웬일인지 밥 먹는 광경을 슥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녀석이 웬일일까 하면서도 오늘은 안 가둬 둬도 괜찮으려나 해서 '냥이야, 저리가.' 하고 손을 내저었더니 정말로 다른 데로 걸어가는 겁니다. 이제 고양이 몸에도 좋지 않다는 사람 밥을 핥아먹는 일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았나 싶기도 하고, 생선냄새를 맡고도 식탁에 뛰어오르지 않는 모습이 철이 들었나 싶기도 하여 기특해했더랬습니다.

냉장고에는 냥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라거나, 물이 싫어서 발광하는 걸 억지로 목욕시키고 난 뒤라거나 할때마다 주는 고양이용 마른 멸치가 있습니다. 서너마리씩 던져주면 그르렁거리는 소리까지 내가며 달려드는 주제에 미식가답게 머리와 멸치똥은 기술적으로 발라내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지요. 사실 녀석이 착한 일을 하여 상으로 얻어먹은 케이스는 거의 없고, 혼자 집 지키는 꼴이 측은하여 준 것을 얻어먹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녀석이 조금 기특했는지라 레어 아이템인 이 멸치를 상으로 주고자 '냥이야~ 멸치 먹자~' 하면서 이방 저방 찾아다녔더니, 아니나 다를까, 얌전한 것처럼 보이던 태도는 교묘한 속임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자기 욕하는 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제 의자 밑에 와 있군요 -_-) 식구들이 저녁을 먹느라 신경쓰는 사람이 없어진 사이 동생 방에 들어가 간식용 야채 카스테라를 시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_-

예. 이것이 오늘 냥이가 식구들로부터 한층 더 신뢰를 잃게 만든 사건의 전말입니다. 저 녀석이 대체 언제가 돼야 주인집 식구들을 좀 귀여워해줄런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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