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학기를 맞아 여태까지 전공 위주로 시간표를 짜던 관행에서 벗어나 교양 위주로 된 시간표를 짜 보았습니다. 우아하게 테니스도 치고 (실제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공을 주우러 쫓아가는 게 일이지만) 우아하게 난초도 치고 (실제로는 우아한 한란 한포기가 아닌 시장에서 아무렇게나 집어온 파 한단을 그리고 있지만) 우아하게 프랑스어도 배우며, (실제로는 단어 읽는데부터 어떻게 읽어야 하나 헤매고 있지만) 우아한 교양 인생을 살고 있어요.

이번학기 가장 즐거운 과목은 뭐니뭐니해도 프랑스어. 재미로 시작한건데 전공과목보다 훨씬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_-; 일본어 배울 때도 생각한 거지만 잘 되냐 안되냐와는 관계없이 외국어 공부는 재미있어요.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배울때는 선생님이 워낙 괴팍하신 분이라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프랑스어는 선생님이 발음을 강조하며 하나하나 읽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언어는 언어로서 배워야지, 글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힘들어요. 말로 중얼중얼해야 '말'을 배우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문자로 되어 있는 건 아무리 읽어봐야 '말'이 아닌 '지식'의 영역에 저장된다고 할까요. 발음을 하나하나 상세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자동차를 가리키며 C'est une voiture 창문(들)을 가리키며 Ce sont des fenêtres 이렇게 중얼중얼 해가며 두살먹은 어린애처럼 배우고 있습니다;

프랑스어 문법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면서 생각한건데, 역시 배우기 제일 어려웠던 언어는 영어가 아니었나 싶어요. 영어는 중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능숙하게 문장을 구성하려면 한참 생각해야 하는 반면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본어는 쉬운 단어만으로 구성한다면 꽤 빠른 속도로 말이 되는 문장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문법적으로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재미있는 건 프랑스어를 배울때는 프랑스어를 직접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생각하는것보다 영어를 한번 거쳐서 한국어로 번역한다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진다는 점입니다. 영어의 어순과 프랑스어의 어순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영어와 프랑스어 사이에 일대일로 대응시킬수 있는 단어들도 많아서, 한불사전/불한사전보다 불영사전/영불사전이 공부에 더 도움이 많이 됩니다. 영어 덕분에 훨씬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할까요.

캐나다로 이민간 이모네 집 조카들이 7살때부터 프랑스어를 잘 한다길래, 아무리 동부지역에서는 프랑스어를 쓴다지만, 그래서 서부지역에서도 프랑스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는 분위기라지만, 그래도 일곱살때부터라니 -ㅅ-! 하고 깜짝 놀랐던 게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제길 영어권 사람들은 영어 안 배워도 되니까 좋겠다고만 부러워했는데 다른 유럽어 배우기도 수월하단 말이냐 하고 분해하면서, 그러나 일본어 중국어는 어렵지롱 하고 약간 안도하면서 오늘도 프랑스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Bonne nuit. madame et monsieur!